BITCHFORK 이달의 앨범 ('19년 4월)

2019년 7월 29일 업데이트됨

까탈스러운 FAKE VIRGIN 에디터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앨범들 중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앨범과, 조금은 더 느린 속도로 사라질 앨범을 21세기 만국공통어 이모지로 가려낸다.





Blackpink

'Kill This Love' EP

(2019.4.05, YG Ent)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인을 말에 빙의시키던 시절, 내한 온 뮤지션들에게 ‘두유노싸이’ 질문을 던지는 것에 서서히 이력이 나기 시작한 나는 과연 이 뜻밖의 케이팝 열기가 얼마나 갈 지 궁금해졌다. 반짝 하고 말겠지라고 생각하던 나의 예상에 잔잔한 반기를 드는 보이/걸 그룹들이 몇몇 있어 왔지만 싸이와 견줄만한 케이스는 BTS가 전부였다. 그러던 2019년 1월, 무려 코첼라 서브 헤드라이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블랙핑크 (BLACKPINK) 를 보자마자 세차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코첼라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는 등 사실상 헤드라이너보다도 더 큰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이 코첼라 시기와 맞물려 발표한 [Kill This Love] EP 는 여전히 블랙핑크만 할 수 있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동명의 타이틀 곡 'Kill This Love' 는 칼군무와 어울리는 웅장한 브라스와 특유의 묵직한 베이스, 블랙핑크 식 기승전결, 강렬한 가사와 랩이 특징인 곡으로 듣다 보면 어느 새 용맹한 전사 같은 표정을 한 채 후렴구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블랙핑크의 코첼라 무대를 직관한 필자는 발 디딜 틈 없었던 사하라 스테이지의 열기와 모든 가사를 따라 부르던 실신 직전의 해외 팬들, 국뽕에 차올라 자랑스러운 얼굴로 무대를 감상하던 국내 관계자들 (본인 포함) 등을 보며 그 날 이후 어느 정도 블링크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야광봉을 흔들며..cough cough), 월드클래스가 된 그녀들은 여러분이 어디에 있건 상관없이 ‘여러분의 구역’ 안에서 외치고 있을 것이다. BLACKPINK IN YOUR AREA!

by SUPERJADE




Loyle Carner

'Not Waving, But Drowning'

(2019.4.19, AMF Records)


4월 19일, 손가락 하나 들기 힘들 만큼 심한 몸살감기에 걸렸다. 죽 기운으로 어찌어찌 버스에 올라, 비몽사몽 간에 당일 발매된 앨범들을 살펴본다. 첫 트랙부터 즉각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로일 카너 (Loyle Carner), 아픈게 낫는 목소리다. 지난 작보다 사운드적으로 더 부드러워진 [Not Waving, But Drowning] 는 사라지고 이어지는 관계들 그리고 개인의 유약함에 대해 노래한다.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테마지만, 있는 그대로 녹음된 전화 통화나 트레이싱지 너머로 들려오는듯한 색소폰 솔로 등 겹겹이 펼쳐지는 입체적인 사운드가 귀를 잡아둔다. 부드럽게 얹히는 Tom Misch 와 Jorja Smith 의 피쳐링은 부엌을 감싸는 향기처럼 자연스럽고 포근하다. 요리에 대한 그의 오랜 사랑을 담아 (Loyle Carner는 이미 한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비빔밥까지 직접 만들어 먹는 고수이다) 이번 앨범에도 요리사 테마 곡이 두 곡이나 등장한다. 강하게 때리는 곳은 없지만 앨범 전체가 모난 곳 하나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마음을 치유하는 따뜻하고 알싸한 앨범.

by 띠용



Weyes Blood

'Titanic Rising'

(2019.4.5, Sub Pop Records)


와이즈 블러드 (Weyes Blood) 의 선공개 곡이 발표되었던 지난달부터, 올해의 앨범이 나왔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열심히 홍보했었다. 물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고래들의 소리 같기도 한, 지혜 가득한 목소리로 풀어나가는 환상적인 이야기들. 타이틀곡 ‘Andromeda’, ‘Movies’ 등이 심해에서 반짝이는 보석이라면, 나머지 트랙은 그 사이를 잇는 호흡이 긴 헤엄 같은 느낌이다. 시니컬한 태도와 희망을 번갈아 굴리는 듯한 가사를 듣고 있으면 작년 Mitski 에 이어 각종 매체의 연말 결산 베스트로 오를 인디 뮤지션 걸작이 되리라는 확신도 든다. (밤 버스를 타고 터널의 주황빛 불빛 속을 달리며 'Movies' 를 들으면 인생이 바뀌는 체험을 할 수 있음도 직접 간증한다.) 올해의 앨범아트 후보에도 반드시 올라야만 할 커버는 실제로 물 속에 꾸민 방에서 직접 숨을 참고 촬영했다는 사실. 열다섯 살 때부터 15년간 앨범을 만들어 온, 그야말로 인생의 절반을 음악에 바친 Weyes Blood 의 커리어에서 [Titanic Rising]은 단연코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by 띠용



Fat White Family

'Serfs Up!'

(2019.4.19, Domino Records)


이들이 드디어 집에서 틀어도 되는 앨범을 만들었다.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멤버 전부가 재활센터 혹은 감옥으로 들어갔을 것 같은 데다가, 한동안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심취하느라 밴드를 버리는 듯했었기에 Fat White Family 의 3년 만의 컴백은 음악적으로나 공중보건 면에서나 놀라운 성과이다. 이전엔 리스너를 찡그리게 하는 충격 요법으로 예술성을 부여하려 했다면, [Serfs Up!] 은 훨씬 정돈되고 전문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놀라울 만큼 훌륭한 곡들의 연속인 'Feet', 'Tastes Good With The Money', 'When I Leave' 등은 비주류 라디오 편성표에 몰래 끼워넣을수도 있을 듯한 대중적인 톤이다. (와중에 ‘Kim’s Sunsets’는 북한에 대한 노래라고 한다.) 때로는 일렉트로닉한 느낌으로, 때로는 그레고리안 챈팅으로 펼쳐지는 이번 앨범은 발매 직후 동료 뮤지션 King Krule 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가 하면 애플 뮤직 라디오에서도 찬사를 보내기도 한, 어쨌든 희한하고 멋진 수작이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닮으려고는 더더욱 하지 말자. 레이디 가가도 내한 반대 집회도 열리는 이곳에서 Fat White Family 를 공연으로 직접 만나볼 수 있을 확률은 0에 수렴하지만, 앞으로도 그들의 음악은 꾸준히 받아볼 수는 있을 것이라는 점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by 띠용



Prins Thomas

'Ambitions'

(2019.04.05 Smalltown Supersound)


노르웨이 스페이스 디스코 씬의 왕자 프린스 토마스(Prins Thomas). 레코드 레이블

'스몰타운 슈퍼사운드(Smalltown Supersound)'로 거처를 옮겨감과 동시, 뵤른 톨스키(Bjorn Torske)와 20년 만의 합작 [Square One]을 발표한 게 2017년. 그리고 2년 만에, 자신의 여섯 번째 정규작이자 레이블 'Smalltown'에서의 세 번째 앨범[Ambitions]를 발표한다.


따스한 햇살과 지저귀는 새가 함께 시작을 열어, 서사적인 구상 작품이 되리라는 게 본 앨범의 첫인상. 허나, 누 디스코 트랙 'Feel the Love' 까지 특이할 것 없는 디스코가 흘러나온다. 앨범의 본 주제이자, 그의 야심은 'Ambitions'에서 시작한다. 앞서 말한 앨범 [Square One]에서 큰 영감을 받은 듯, 트랙 'Ambitions' 는 그 연장 선상에 놓은 듯 보였는데, 과거의 모토릭(Motorik)한 드럼이 발전되어, 트랙 'Ambitions' 에서 6/8박 위 4/4박을 대위적으로 점층시키는, 복잡한 폴리 리듬을 이루는 기염을 토한다. 하지만 그 복합적인 리듬의 구성은 'Ambitions' 이후 찾을 수가 없다. 그저 대위적으로 점층 되는 전개를 마지막 트랙인 'Sakral' 까지 이어가는데, 이는 자신의 주특기인 스페이시한 사운드를 통해 부족한 시간을 때우는 것 같단 생각만 든다. 결론은 당찬 야심에 비해 힘이 무척이나 딸리는 느낌. 의도된 서사를 그려놨다기엔 서사성과 뒷심이 매우 부족하며, 그렇다고 댄스 플로어에 가져다 붙이기에도 조금 애매하다. 그렇지만 수년간, 수많은 협업을 토대로 영양가 많은 자양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활동을 이행한 토마스였으니, 이번 앨범 또한 추진력과 영양을 흡수하기 위한 움츠림이라 생각하겠다. 어느 만화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과 같이 말이다.


P.S 'Ambitions' 이야길 실컷 해놓고, 하단에 'Feel the Love' 를 첨부했다. 이유는 'Ambitions' 를 첨부하면 본 앨범을 들어볼 독자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되서이다. 그나마 대중성을 띤 댄스튠을 첨부하니 한번 흥미를 가져보길. by. Ronin



Khalid

'Free Spirit'

(2019.04.05 RCA)


모두가 동의할진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수긍하리라 생각된다. 2017년 당시 19세 칼리드(Khalid)는 미국을 대표하는 10대였다는 사실. 또한 R&B 씬의 신성이자, 미래로 점쳐졌고, 이는 2년이 지난 현재, 어느덧 만 21살의 성인이 된 그에게 아직도 유효한 이야기다.(객관적인 지표 빌보드 차트가 이를 방증한다.) 2년이란 시간, 타 아티스트와 협업과 EP [Suncity] 를 발표한 것으로 익히 알고 있는데, 그 외 우리가 모르는 사적인 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조금 더 성숙해진 마음에서 청춘과 자유를 우려내 [Free Spirit] 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단다. 반면 청준과 자유를 이야기했다기엔 지극히 일상적이며 되려 내면에 끓어오르는 화를 풀어낸 트랙이 다수 보인다. 이와 상반된 느낌의 감미로운 칼리드의 싱잉은 여전히 앨범의 주 무기가 됐지만, 사랑과 이별 따위나 노래하는 모습이 성숙보단, 2000년대 한국 발라드스러워 익숙하면서도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저 생각 없이 흘려듣기 좋은 팝이라 감히 평하고 싶다. 특별한 감흥은 되려 보조였던 존 메이어(John Mayer)의 드라이브 기타에서 느껴졌으니..

by. Ronin



Kornel Kovacs

'Stockholm Marathon'

(2019.04.26 Studio Barnhus)

스웨덴 스톡홀름. 먼발치 떨어진 그곳을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그 모습은 인터넷 혹은 이미 스톡홀름을 다녀온 친구에게 무성한 소문을 익히 들은바, 냄새부터 풍경까지 생각만으로도 그곳이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더라. 머릿 속 모습이 진짜 스톡홀름인지 아니면 내가 살던 작은 바다 도시인지 잘 구분이 안 가 확신이 서진 않지만, 어쨌든 푸른 바다와 하중도로 이뤄진 도시는 대충 환상적이리라 생각된다.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코르넬 코바치(Kornel Kovacs). 하우스 레코드 레이블 스튜디오 반하우스(Studio Barnhus) 의 공동 파운더이자, 디제이, 프로듀서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그에겐 스톡홀름이란 그저 지루한 도시, 일터일 뿐이라고. 지루한 도시의 일상을 마라톤에 빗대어 [Stockholm Marathon] 을 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앨범의 콘셉트는 그의 음악 작법 또한 송두리째 뒤바꿔버리는 계기가 되었는데,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Bells] 에서 보인 디스코 샘플링과 방대한 샘플 라이브러리는 이번 앨범에선 뒷전으로 밀어두고 건반을 어루만지거나, 여성 보컬 Rebecca & Fiona 를 앨범 초반부에 차용하는 등의 비교적 평이한 작법을 선보인다. 이는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한 대안인데, 일관된 몽환을 그린 것을 보아 나름 성공적인 듯. 비록 내가 상상으로 그려낸 시원한 스톡홀름의 느낌은 없지만, 반복되는 그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by. Ro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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